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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경호
  • 정치
  • 입력 2018.06.14 17:56
  • 수정 2019.09.27 17:07

드러난 민심, 무너지는 보수…한국당 ‘침통’

한국당 참패에 책임론 부각…홍준표 '사퇴'
조기 전당대회·김성태 리더십 등 대안 마련 급급
구미·강남3구 등 '보수 텃밭' 무너져

[인스팩션 임경호 기자] ‘적(赤)’진이 무너졌다.

지난 13일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자유한국당에 처참한 성적표로 돌아왔다.

한국당은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정책 노선과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 등을 자처하며 보수층 표심에 호소해왔다.

하지만 개표 결과 한국당은 △광역단체장 2곳 △기초단체장 53곳 △재보선 1곳을 지켜내는데 그쳤다. ‘보수층 참패’라는 지적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반면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을 가져가며 대승을 거뒀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226곳 중 151곳을 차지하며 지지세를 확인했다. 또 재보선 결과 12곳 중 11곳이 민주당에 돌아갔다. 한국당에게 ‘등 돌린 민심’은 민주당을 향해 웃었다.

선거 참패 결과는 당 지도부의 책임론으로 이어졌다. 매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책임 문제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타난 셈이다.

김태흠 한국당 최고위원은 14일 오전 “홍 대표는 측근 챙기기, 비민주적 당 운영, 부적절한 언행으로 보수우파의 품격을 땅에 떨어뜨렸다”며 홍 대표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최고위원으로서 홍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앞서 지방선거기간에 수차례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며 당내 의원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남경필, 김태호 등 몇몇 후보들은 홍 대표와의 입장차 등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선을 긋기도 했다.

또 대중의 인식과 동떨어진 발언을 통해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당내 여론이 일며 홍 대표는 지방선거 유세에 동참하지 않을 것을 요구받기도 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다수의 커뮤니티 등에서는 홍 대표가 민주당이 압승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다는 비아냥 마저 흘러나왔다.

이에 홍 대표는 14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모두가 제 잘못이고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며 “오늘부로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한국당, 조기 전당대회‧노선 재정립 등 당 수습 ‘전전긍긍’

한국당은 홍 대표의 사퇴 의사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논의하는 등 당 수습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하지만 대구‧경북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을 민주당에 내어주며 당 내에서는 ‘보수 궤멸’에 대한 우려도 적잖은 분위기다. 이 같은 위기감을 바탕으로 보수 대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고 있지만 그 방법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안정적인 위기 수습을 위해 김성태 원내대표가 비대위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반면 그 또한 선거 참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맞서고 있다.

또 재야인사 영입 등을 통한 ‘새 집 짓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앞당겨 새 지도부를 선출하거나 노선 재정립 등에 따른 전면 쇄신, 당 해체 등이 그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특히 ‘지도부 교체’ 수순으로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당내 여론에 따라 노선 재정립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보수 진영이 사용하던 ‘안보’ 이슈 파급력이 남북화해 무드로 인해 무력화 되며 ‘시장 보수’로의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기존의 보수가치로는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없다”며 “본래 보수는 자유를 중시하는 진영인 만큼 자유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시장 보수로 노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텃밭 ‘물갈이’…민심 변화에 위기감 고조

보수층의 짙은 패배감의 이면에는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이변이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 외에도 그동안 ‘보수층의 텃밭’으로 인식됐던 서울 강남과 경북 구미, 부산 등에서 민심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한국당의 굳건한 아성 역할을 해내던 서울 ‘강남3구’가 대부분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것은 보수층에 상징적인 결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한국당은 서초(조은희)를 제외한 강남(정순균)‧송파(박성수)를 민주당에 빼앗겼다. 

부산‧울산 지역의 변화도 눈에 띈다. 

지난 23년 간 민주당 출신 지자체장 후보에게 ‘난공불락’의 지역으로 여겨졌던 부산의 판세가 이번 선거에서 대거 뒤집혔다. 총 16개 구‧군 단체장 중 민주당은 13곳을 가져갔다.

반면 한국당은 2곳을 지키는데 만족해야 했다.

울산에서도 민주당이 기초단체장 5석을 모두 차지했다. 불과 4년 전 새누리당이 전 지역을 장악했던 모습과 정반대의 결과가 드러났다.

보수층의 상징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알려진 구미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시장 자리를 꿰찼다.

이번 선거에서 한국당 후보로 나섰던 이양호 후보는 2.1%차이로 장세용 민주당 후보에게 패해 민주당에 자리를 내어줬다.

민주당 후보가 지방선거에서 구미시장에 당선된 것은 1995년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처음이다.

정치평론가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여당 압승은 문 대통령의 영향 절대적”이라며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유권자들이) 민주당 인사를 뽑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경호 기자 limkh@insfa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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