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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경호
  • 정치
  • 입력 2018.04.17 16:22
  • 수정 2019.09.27 17:24

김기식 금감원장 '사의'…정부여당 등 '역풍' 경계

선관위 "종전의 범위를 넘은 특별회비, 공직선거법 위반"
'사퇴'가 남긴 것…인사 시스템 '허점'VS'관행' 가를 법적 기준
한국당·미래당 등 "대통령 대국민 사과해야"

[인스팩션 임경호 기자] 문재인 정부 금융개혁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었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결국 사의를 표했다. 청와대가 김 원장과 관련된 ‘셀프 후원’ 논란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에 맡겼다가 ‘위법’이라는 결론에 이르자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직의 무거운 부담을 이제 내려놓는다”며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선관위가 전날 시민단체 또는 비영리법인 구성원으로서 종전의 범위를 넘어 특별회비를 낸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결정이다.

하지만 자신이 물러나는 배경으로 작용한 선관위 판단에 대해서는 “총선 공천 탈락이 확정된 상태에서 유권자조직도 아닌 정책모임인 의원모임에 1천만 원 이상을 추가 출연하기로 한 모임의 사전 결의에 따라 정책연구기금을 출연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의 판단을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심정”이라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김 원장은 또 “법 해석상 문제가 있는 경우 선관위는 통상 소명자료 요구 등 조치를 취하는데 지출내역 등을 신고한 이후 당시는 물론 지난 2년간 선관위는 어떤 문제 제기도 없었다”면서도 “법률적 다툼과 별개로 이를 정치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이 몸담았던 참여연대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이 일 때 사퇴를 결심했다는 그는 “앞으로의 인사에 대한 정치적 공세에 악용되지 않도록 견뎌야 하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했다”며 “저는 비록 부족해 사임하지만, 임명권자께서 저를 임명하며 의도했던 금융개혁과 사회경제적 개혁은 그 어떤 기득권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인사검증 부실 VS ‘관행’에 대한 법적 기준 마련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원장의 낙마를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김 원장에 대한 인사검증 부실로 인해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첫 번째다. 당초 김 원장은 문제의 후원금 5천만 원을 납부하기에 앞서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와대는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김 원장과 관련된 문 대통령의 입장문에도 후원금과 관련된 구체적 내용은 담겨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당시 “김 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피감기관 등의 비용으로 출장을 다녀오는 정치권 ‘관행’에 대한 법적 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시각이 두 번째다. 청와대가 선관위에 확인 받으려 했던 부분도 애초에 피감기관 지원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오는 ‘관행’에 대한 위법성 여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도 이와 관련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피감기관 16곳을 무작위 조사해 여야당 의원 모두가 포함된 관련 사례 167건을 찾아내기도 했다. 

△한국당·미래당 '맹공'…민주당 "법리적 판단 필요"

정치권에서는 역대 최단 임기를 기록한 김 원장의 인사를 두고 강공을 펼쳤다.

‘셀프 후원’ 논란을 앞장 서 비판해오던 자유한국당은 김 원장 사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했다”며 “‘김기식 파동’에 대한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기식 파동에 대한 책임자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목하며 “조국 민정수석은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사검증에 실패한 것 말고도 ‘대통령 잘못 모신 죄’ ‘내각무시 개헌안 작성죄’ ‘법무부 패싱 검·경 수사권 조정 발표로 갈등을 유발한 죄’ 등 대통령의 비서로서 사퇴해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며 “전임 최흥식 원장의 ‘채용비리 검증실패’에 이어 김기식 원장 검증, 재검증 실패까지 야구로 따지면 이미 3진 아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바른미래당도 김철근 대변인을 통해 “김 전 원장의 사임은 당연한 결과”라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는 전 정권과 다를 바 없는 적폐가 드러났음에도 자신들만이 도덕적이고, 자신들만 옳다는 편협한 사고와 패권주의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사법당국은 김 전 원장의 추천에 대한 정치적 경위와 검증 과정, 결과를 낱낱이 밝히고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즉시 소환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자의적’이라고 비판하며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김 원장 본인이 사의를 표명한 이상 당 차원에서 법리적 판단을 받아볼 방법이 없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김 원장이 후원금을 기부했던 단체인 더좋은미래 소속 홍익표 의원은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사적으로 취득한 것도 아니고 자신이 속한 공익재단에 5천만 원을 기부한 것을 갖고 사후적으로 불법이라고 해석한 것에 대해 선관위의 무능과 직무유기를 스스로 인정한 꼴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통상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삼는다면 국회의원 임기만료 직전에 정당에 납부하는 당비는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고 법리적 논쟁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임기 말인 2016년 5월 19일 정치후원금 5천만 원을 연구기금 명목으로 민주당 의원모임 ‘더좋은미래’에 기부한 것과 관련해 ‘위법성’ 논란에 휩싸여 왔다.

청와대는 논란의 쟁점이 되는 △임기 말 후원금의 기부 또는 직원 퇴직금 명목 사용 △피감기관 비용으로 가는 해외출장 △보좌직원 또는 인턴 동행 해외출장 △해외출장 중 관광 등에 대해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바 있다.

[임경호 기자 limkh@insfa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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