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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여세린
  • 이슈,특집
  • 입력 2017.11.30 17:04
  • 수정 2017.12.26 17:05

[포커스 IN] ‘평창 롱패딩’ 열풍 WHY?

[인스팩션 여세린 기자] 추운 날씨도 아랑곳 않고 매장 앞에 ‘밤샘 줄서기’를 하는 진풍경을 만들어낸 ‘평창 롱패딩’ 열풍. 30일 판매한 잔여 물량 3천벌이 ‘완판’ 되며 일단락됐다.

롱패딩 열풍은 왜 단순한 패션 트랜드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확산된 걸까? 평창 롱패딩의 인기 요인은 무엇인가? 소비자들은 왜 롱패딩에 열광하는가?

평창 롱패딩 [사진=롯데백화점]
평창 롱패딩 [사진=롯데백화점]

▲ 남녀노소 ‘핫이슈’

잇따른 품절 사태를 빚어온 ‘평창 롱패딩’은 말 그대로 ‘핫 이슈’로 떠올랐다.

롱패딩은 주로 운동선수들이 벤치에 앉아 쉴 때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 입던 옷으로 ‘벤치 파카’로 불린다. 지난해부터 이종석, 박서준, 전지현 등 스타 연예인들이 입으면서 인기 아이템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현재 10대들 사이의 ‘비공식 겨울 교복’이라 불릴 만큼 유행하고 있다.

롱패딩의 인기는 청소년을 넘어 아동복, 여성복으로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대세로 자리잡았다. 거리에서 고개만 돌리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국민 패션’이 됐다.

국내에 부는 이런 롱패딩 열풍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패션업계는 분석한다.

트렌드 분석업체 트렌드랩506의 이정민 대표는 “올겨울 글로벌 트렌드는 큼직하고 푹신한 ‘롱 퍼퍼(Long Puffer·퀼팅으로 누빈 다운점퍼)’ 스타일인데, 발목까지 오는 롱패딩의 유행은 해외에선 찾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이어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와 같은 지역적 특성이 맞물리면서 한국만의 트렌드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패션업계 전문가들은 롱패딩의 인기를 ‘스포티즘’과 ‘젠더리스’에서 찾는다. 스포티즘(Sportism)은 스포츠를 소재로 삼아 일상복을 만들려고 하는 사고방식을 뜻하고, 젠더리스(Genderless)는 성별의 구분 없는 패션 스타일을 나타낸다. 패션계에 부는 스포티즘과 젠더리스 트렌드 영향으로 롱패딩 열풍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판매 중인 롱패딩 제품을 살펴보면, 남성복과 여성복의 구분 없이 치수만 세분화 해 놓은 유니섹스(Unisex), 즉 남녀 구별 없는 스타일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많은 여성 소비자가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여성용 롱패딩보다 남성용 작은 사이즈를 입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평창 롱패딩 [사진=롯데백화점]
평창 롱패딩 [사진=롯데백화점]

▲ 가성비 ‘갑’

‘평창 롱패딩’을 품절 사태로 이끈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위 솜털(80%)과 깃털(20%)로 제작된 구스다운 롱패딩인데 가격은 14만9천 원. 다른 업체의 기존 제품의 가격대가 평균 40만원에서 50만원, 고가의 경우 100만원에 육박하는 것과 비교하면 ‘가성비 갑’이라고 불릴 만하다.

이어 롱패딩의 가격대가 이전보다 낮아지는 것도 열풍을 부추겼다. 10만원 안팎의 거품이 빠진 가격대의 롱패딩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평균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20만대, 30만원대 롱패딩을 기획 상품으로 내놓는 등 업계는 롱패딩 열풍에 주목하면서 롱패딩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마케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 성공 핵심 요인은 백화점 직매입

‘평창 롱패딩’의 합리적인 가격은 백화점 직매입에 따른 것이다.

1년 전부터 ‘평창 라이선싱팀’을 꾸려 평창올림픽 관련 제품들을 기획해온 롯데백화점은 패딩에 들어가는 충전재를 직접 구입한 후 제시 가격에 맞춰 롱패딩을 제작해줄 업체를 찾아 다녔다.

여러 업체들과 접촉 끝에 신성통상과 제작을 하게 됐다.

국내 백화점들은 수수료 방식의 특정매입 구조가 대부분이다. 판매원 급여, 인테리어비용, 매장관리비, 재고 등을 입점업체가 부담하고 백화점에 매출의 20~40%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몇몇 백화점에서 직매입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수입 브랜드인데다 소규모라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평창 롱패딩’은 백화점 직매입 상품의 성공적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이에 유통업계는 ‘평창 롱패딩’이 직매입이라는 미래 방향성 메세지를 백화점업계에 던져줬다고 평가한다.

▲ 롱패딩 열풍의 그늘…투기상품? ‘新 등골브레이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롱패딩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시각 역시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품절사태를 빚은 한정판 ‘평창 롱패딩’은 중고 시장에서 터무니없는 가격에 거래되는 등 투기 상품으로 변질되어 이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청소년 사이의 교복으로 확산되면서 일각에서는 개성보다 획일성을 추구하는 문화를 지적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롱패딩 열풍은 자연스럽게 원조 ‘등골브레이커’를 떠오르게 한다. ‘등골브레이커’는 부모 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싼 물건을 비유하는 말로, 지난 2011년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25만~70만 원대의 겨울 점퍼가 10대를 휩쓸면서 생긴 신조어이다.

가격대별로 계급이 형성된다고 해서 노스페이스 패딩 착용을 금지하는 학교가 있었을 정도로 사회적 이슈였던 노스페이스 점퍼는 유행이 2년 만에 사그라지면서 학생들이 외면하자 부모들이 대신 입어 ‘학부모 교복’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일부에서 이번 롱패딩의 유행 역시 곧 사그라질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과소비 열풍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놓는 이유이다.

단지 패딩의 길이가 길어지고 ‘평창’이라는 이미지만 더해졌을 뿐, 결국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패딩' 열풍이 이번에는 롱패딩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2년 뒤에 롱패딩을 입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자주 보게 될 것이라는 예언도 이미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평창 롱패딩’ 인기에 힘입어, ‘평창 스니커즈’와 ‘평창 백팩’ 등 직매입 방식의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번 롱패딩 열풍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또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 새로운 열풍을 일으킬 수 있는 어떤 히트작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여세린 기자 selinyo@insfa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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