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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여세린
  • 산업/경제
  • 입력 2018.02.26 18:01
  • 수정 2019.09.27 16:21

공정위, ‘가습기살균제’ 엉뚱한 회사 고발…사명변경 파악 못해

[인스팩션 여세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SK케미칼에 내린 처분에 오류가 발견돼 심의를 다시 해야 하는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SK케미칼이 사명을 SK디스커버리로 바꾼 것을 공정위가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이전 회사 명의로 과징금과 검찰 고발 처분을 내린 것이다.

앞서 공정위는 SK케미칼이 2002년 10월부터 2013년 4월 2일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제품 라벨에 독성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빠뜨려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과징금 3천900만 원과 법인의 검찰 고발, 시정명령 등의 처분을 내렸다.

그런데 처분을 받은 회사는 이름만 SK케미칼일 뿐 사건에 대한 책임이 없는 회사였다. 지난해 12월 SK케미칼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사명을 SK디스커버리로 바꾸고 SK케미칼이 신설됐다. 공정위는 SK디스커버리에 고발과 과징금 처분을 내렸어야 했다.

이 같은 실수는 검찰이 SK케미칼 고발과 관련해 공정위 직원의 고발인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다. 현재 검찰은 SK디스커버리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수를 인정한 공정위는 검찰의 공소장에 해당하는 심사보고서를 다시 작성해 SK디스커버리에 보냈고, 오는 28일 전원회의를 열어 사건을 다시 심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는 4월 2일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공정위가 날려버린 시간이 적지 않은데다 공정위의 실수로 검찰의 수사 시간을 빼앗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표시광고법 위반과 관련한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없으면 검찰이 기소할 수 없는 ‘전속고발제 사건’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고발요청서가 부실하게 작성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SK디스커버리 측이 분할된 사실이 있음에도 이 사실을 공정위에 알리지 않았으며, 공정위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측은 “피해 당사자 가족뿐 아니라 국민 누가 봐도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까 납득이 가지 않은 일 처리”라며 “공정위 차원에서 내부 실수인지 의도가 있는지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당혹감을 드러냈다.

과거 공정위는 이 사건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인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려 논란이 일었고, 이후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하고 김상조 위원장이 나서 고개 숙여 사과한 바 있다.

이어 검찰의 진상규명 시간을 빼앗아버린 실수가 드러나면서, 공정위의 말뿐인 사과와 반성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세린 기자 selinyo@insfa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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