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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요금제 사회적 합의 실패…통신비협의회 활동 종료(종합)

이견 커 '도입 불투명'…정부 "이통사와 실무차원 협의 계속"

자급제도 법제화 대신 자율로…'중재 실패' 정부에 책임론 불거져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통신비 문제를 다루는 사회적 논의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22일 제9차 회의를 끝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관건이었던 보편요금제 도입은 이통사와 시민단체 간 합의가 무산되며 공이 국회로 넘어가게 돼, 이통사의 보편요금제 수용을 시민단체와 함께 촉구해 오던 정부 측도 부담을 안게 됐다.

단말 자급제는 법제화보다는 적용 단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다음 주 공개하는 전략폰 갤럭시S9을 자급제폰으로도 내놓을 계획이다.

국회 과방위는 협의회 보고서를 참고삼아 통신비 쟁점 사안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지만 지자체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다 여야간 의견차가 커 보편요금제 도입여부가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 보편요금제 이통사 벽 넘지 못했다

협의회는 이날 강남구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9차 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을 열고 "정부와 이통사는 보편요금제 도입에 관한 실무차원의 협의를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성배 통신정책국장은 "보편요금제 도입과 관련해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이통사도 이용자 혜택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는 상반기 국회 법안 제출을 목표로 법제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시민단체는 이날 이통사가 보편요금제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제를 자율적으로 출시하는 대신 법제화는 유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보편요금제 법제화를 주장해 온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이통사는 보편요금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며 현행 인가·신고제 등 규제를 완화해 시장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알뜰통신협회 역시 경영 타격이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협의회가 데이터 제공량을 기준으로 해외 주요국과 비교한 결과 한국의 이동통신 평균 요금 수준은 11개국 중 6∼7번째로 저렴했지만, 저가와 고가 요금제 간 데이터 제공량 차이는 미국과 더불어 가장 심했다.

국내의 경우 중·고가 요금제에서 평균 데이터 이용량을 제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 국장은 "이통사도 요금제 차이가 심한 편이라는 데 동의했지만, 시장 자율에 맡기자는 의견이었고, 이 부분이 조율이 안 됐다"고 말했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 수준에서 기존 3만원대 요금제와 비슷하게 음성 통화 200분 이상, 데이터 1GB 이상을 제공하는 요금제다. 고가와 저가 요금제 간 소비자 차별을 막기 위해 작년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제안했다.

◇보편요금제 도입여부 국회로…일정 불투명할 듯

이해관계자 간 합의 없이 국회로 공이 넘어가게 되면서 향후 보편요금제 도입 일정은 불투명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작년 8∼10월에 이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입법예고 절차까지 종료했으나, 아직 법안을 국회에 공식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관련법 개정을 거쳐 올해 SK텔레콤을 통해 출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논의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여야 의견이 갈려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통사와 실무차원의 협의를 계속할 예정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전 국장은 "이통사가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정부가 법제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지만, 충분한 혜택을 제공하는 요금제가 나온다면 (법제화하지) 않는 것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자급제는 시장 자율로…기초연금수급자 요금감면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협의회 참석자들은 단말기와 서비스 유통을 분리하는 것에 공감했으나 법적으로 강제하기보다는 단말기 자급률 제고를 통해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자급률 제고를 위해서는 제조사의 자급단말 출시 확대와 이통사향 단말과의 차이 해소, 이통사의 유심요금제 출시 확대, 단말기 국제가격 비교 및 분리공시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갤럭시S9을 자급제 폰으로도 출시할 예정이다.

저소득 고령층 기초연금수급자 1만1천원 요금감면은 참여자 간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추진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과기부는 이르면 상반기 중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고령층 증가에 따른 이통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요금감면 수혜자의 전파사용료 면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기본료 폐지도 논의 대상에 포함됐으나 보편요금제 도입 논의에 밀려 진전을 보지 못했다.

◇ 시민단체 "이통사·정부 책임" 화살

시민단체는 협의회의 성과가 미진한 것에 대해 이통사와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경실련·소비자시민모임·참여연대·한국소비자연맹은 보도자료를 내고 "성과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많았다"면서 "이통사가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고, 기본료 폐지와 보편요금제 도입 둘 다 달성하지 못한 정부도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보편요금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알뜰폰과 제4이통 등 경쟁 활성화 정책, 분리공시, 단말기유통법, 통신요금 원가 공개나 산정 절차 등이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 국장은 이에 대해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의견 수렴의 과정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궁색한 답변을 했다.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보편요금제 도입 자체가 이통사의 수익악화와 일방적인 손실 감소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사회적 합의가 어려웠음에도 정부가 이를 밀어붙였고 중재자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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