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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여세린
  • 이슈,특집
  • 입력 2017.11.27 16:18
  • 수정 2017.12.26 17:00

[포커스 IN] 낙태죄 폐지 찬반 논란…‘여성 자기결정권’ vs ‘태아 생명권’

청와대 "실태조사 후 논의 진전 있을 것"
낙태 수술을 둘러싼 국내외 팽팽한 입장 차이

'낙태죄 폐지'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낙태죄 폐지'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인스팩션 여세린 기자] 지난 9월 30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 관련 청원. 27일 기준 동의자는 23만5천 명을 넘어섰다.

인공임신중절 수술(낙태) 폐지 여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계속 커지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직접 카메라 앞에 나섰다.

조 수석은 청와대가 제작한 ‘친절한 청와대, 낙태죄 폐지 청원에 답하다’라는 이름의 영상물을 통해 “이번 청원을 계기로 정부는 법제도 현황과 논점을 다시 살펴보게 됐다”며 “8년간 중단됐던 정부의 ‘인공임신중절 수술 실태조사’를 내년에 재개하겠다”고 26일 밝혔다.

조국 민정수석 [청와대 홈페이지]
조국 민정수석 [청와대 홈페이지]

이와 함께 정부차원의 임신중절 관련 보완대책으로 청소년의 피임 교육을 체계화하고 여성가족부 산하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해 내년부터 전문 상담을 시범적으로 실시한다. 또한 비혼모에 대한 경제 지원을 모색할 방침이다. 조 수석은 “비혼이든 경제적 취약층이든 모든 부모에게 출산이 기쁨이 되고 아이에게 축복이 되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내놓았지만 임신중절 수술을 둘러싼 찬반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낙태죄 여론조사 [리얼미터]
낙태죄 여론조사 [리얼미터]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낙태죄 폐지’ 에 대한 찬성 비율은 51.9%를 차지했다. 절반이 조금 넘는 수치이다. 

낙태 수술에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강간, 근친상간 등 본인이 원치 않는 임신을 했거나, 염색체 이상과 같이 태아의 신체에 문제가 있을 때에는 제한적으로 수술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불법 임신중절 수술은 그 과정에서 여성의 생명권․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된다며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낙태 수술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거세다. 이들은 태아의 생명권을 강조하며 생명 윤리와 개인적 종교 신념을 이유로 내세워 수술을 계속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계에서는 내부 찬반 의견조차 엇갈리고 있다. 낙태 수술은 사회적․종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의사가 공식적인 찬반의견을 밝히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동석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태아의 생명도 소중하고, 여성의 건강권도 지킬 의무가 있다. 그래서 오히려 낙태 문제는 결코 의료계가 섣불리 나설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임신 주수 등에 따라 ‘생명을 가진 존재’의 기준을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도 의료계 내부적으로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낙태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사회적 공론의 장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진=리얼미터]
[사진=리얼미터]

임신중절 논란을 둘러싼 입장 차이는 해외에서도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독일은 태아의 생명권이 산모의 자유보다 우선한다는 이유로 낙태를 인정하지 않는다. 아일랜드, 칠레 등 카톨릭을 국교로 삼고 있는 유럽과 남미 등에서도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미국과 영국 등은 낙태의 인정 범위를 점차 넓히고 있다. 

미국의 헌법상 기본권인 프라이버시권(Right of Privacy)에는 여성의 낙태권이 포함되어 있고 태아의 생명권도 보호해야 하므로 임신 기간에 따라 낙태권을 달리 해석하고 있다. 임신 첫 3개월은 태아의 독자적 생존가능성이 적어 여성의 낙태권을 우선하고, 이후 3개월(4~6개월)은 산모의 생명이나 건강을 해치는 경우 등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한다. 마지막 3개월(7~9개월)은 태아의 독자생존 가능성이 커지므로 여성의 낙태권보다 태아보호의 이익을 우선한다.

영국의 경우, 16세 이하의 청소년은 의사 2인이 동의하면 다른 사람 사람의 동의 없이 임신 중절이 가능하다. 네덜란드는 여성의 요청에 따라 24주까지 임신중절이 전면 허용된다.

한편, 우리나라는 낙태 수술 허용 유무와 관계없이 국가 차원의 상담과 교육부분에서 해외 국가들과 차이가 존재한다. 

낙태를 금지하고 있는 독일이지만, 다른 법령에서는 곤궁에 처한 임산부와 협의를 진행하는 상담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최종 결정을 임산부가 내리게 하여 임산부의 자기 결정권을 일부 존중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낙태 수술을 받는 여성은 의무적인 상담절차를 거쳐야 한다. 네덜란드 역시 낙태 수술을 받으려는 여성은 의사와의 상담을 반드시 받은 후 6일간의 숙려기간을 보내야 한다. 또한 법에서 중절 후 진료 서비스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보호하고 있다. 

낙태 찬반 논란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태아 생명권과 여성 자기결정권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 사회적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세린 기자 selinyo@insfa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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