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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여세린
  • 산업/경제
  • 입력 2018.02.13 16:18
  • 수정 2019.09.27 16:28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현실적으로 어려울 듯

법제처 “이 회장 차명계좌에 과징금 부과” 법령 해석
1993년 당시 계좌원장 없어 실제 부과는 불가능할 듯

[인스팩션 여세린 기자] 결국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제처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해석했지만, 금융회사들이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당시의 계좌 원장을 보관하고 있지 않아 현실적인 어려움에 봉착한 것이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과세 논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8년 특검에서 밝혀진 1천197개의 이 회장 차명계좌 액수는 4조4천억 원에 달하는데, 여기에 제대로 과세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1993년 8월 금융실명법 시행 이전에 만들어진 차명계좌는 물론, 그 이후에 개설된 계좌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금융실명법에 따르면 과징금은 금융자산 가액의 50%로, 이를 적용하면 이 회장 측은 2조원 안팎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혁신위는 “대다수는 실명 거래로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반면, 이 회장은 수많은 차명계좌를 동원해 세금을 회피했을 뿐 아니라 실명제의 도입 취지를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과징금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과징금까지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소득세 중과 방침’을 추가 과세 방안으로 내놨다. '비(非)실명으로 거래한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소득세의 원천징수세율을 따로 90%로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금융실명법 5조에 따라 이 회장은 1천억 원 이상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세 중과까지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던 금융위는 혁신위의 과징금 부과와 관련한 법 해석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지난 1월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이에 법제처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법령 해석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법제처는 “금융실명제 실시 후 실명전환의무 기간(2개월) 내에 자금 출연자(이 회장)가 아닌 타인의 명의로 실명확인 또는 전환했지만, 이후 해당 차명계좌의 자금 출연자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경우, 자금 출연자는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하고 금융기관은 과징금을 원천징수해야 한다”고 답했다.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이건희 차명계좌에 1천억 원 이상의 소득세중과 뿐 아니라 최대 2조 원의 과징금 부과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문제는 금융회사들이 1993년 8월 당시의 이회장 계좌에 대한 원장을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계좌 원장이 없으면 과세 기초 자료가 없는 것으로, 세금을 부과할 명분도 없다는 분석이다. 현실적으로 이 회장에게 소득세 중과나 과징금 부과를 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들은 통상 10년치 기록 정도를 보유하고 나머지는 폐기한다”며 “기록이 없다면 과세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법제처의 법령해석이 나오자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공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금융실명제 실무운영상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한편,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특별검사 수사에서 드러난 1천197개에 지난해 금감원이 전수조사로 찾아낸 차명계좌 32개와 경찰이 이 회장을 송치하면서 밝혀낸 260개를 추가해 총 1천489개로 늘었다.

[여세린 기자 selinyo@insfa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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