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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여세린
  • 연예/스포츠
  • 입력 2018.10.19 17:37
  • 수정 2021.06.24 15:25

존폐위기에도 달리는 아산무궁화 박동혁 감독을 만나다

충남 아산시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훈련 중인 아산무궁화 프로축구단.
충남 아산시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훈련 중인 아산무궁화 프로축구단.
충남 아산시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훈련 중인 아산무궁화 프로축구단.
아산무궁화 프로축구단 박동혁 감독이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쌀쌀해진 가을바람에도 땀이 맺힌 채 축구장을 뛰는 선수들.

충남 아산시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훈련 중인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이다.

경찰청 체육단의 폐지가 공식화되면서 아산 무궁화 축구단을 향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축구장에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직 훈련에만 열중한 선수들의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진다.

서로를 향해 소리치면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는 축구장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 같다가도 농담을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유쾌한 분위기의 훈련이었다.

모자를 뒤로 쓰고 선수들과 함께 뛰는 박동혁 감독을 만났다.

젊은 감각을 인정받은 ‘최연소 사령탑’ 박 감독은 팀의 맏형처럼 선수들과 어울리면서 즐기듯 훈련을 이끌고 있었다.

선수들과 허물없는 소통으로 만들어진 긍정적인 분위기, 이른바 ‘형님 리더십’이 K리그2 1위의 자리에서 우승을 향해 달리고 있는 아산의 동력이다.

아산무궁화 프로축구단 박동혁 감독. [사진=아산무궁화프로축구단]
아산무궁화 프로축구단 박동혁 감독. [사진=아산무궁화프로축구단]

하지만 박 감독은 지금 아산이 처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부터 의무경찰 선수 선발을 중단하겠다고 지난 15일 전해온 경찰청의 일방적인 통보 때문이다.

박 감독은 “팀이 K1에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 유예기간이 있다면 선수들이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건데, 이렇게 빨리 폐지가 되고 기회가 없어진다는 점이 상당히 아쉽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앞서 지난해 정부는 2018년부터 매년 의경을 20%씩 감축해 오는 2023년에 의경제도를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아산도 점진적 ‘경찰 축구단 해체’를 계획했다. 내년 2월 선수단에 14명의 선수가 남게 되는데, 선수 충원으로 2020년 시즌이 끝난 뒤 전역까지 모든 선수의 훈련을 책임질 계획이었다.

우루과이와의 국가대표 평가전 관중석에 경찰청의 일방적인 통보 방침을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사진=아산무궁화프로축구단]
우루과이와의 국가대표 평가전 관중석에 경찰청의 일방적인 통보 방침을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사진=아산무궁화프로축구단]

그러나 선수 충원에 대한 확답을 피하던 경찰청이 결국 ‘선수 충원 계획 없이 경찰 체육단을 폐지한다’는 입장을 통보해 왔다.

더 이상 선수들은 경찰 체육단을 통해 군 복무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남은 선수들은 전역까지 축구 선수로 활동할 기회마저 사라진다.

러시아 월드컵 대표로 활약한 주세종 선수 등 선수들의 경력 단절은 한국 축구의 큰 손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K리그 선수 규정상 최소 20명의 선수가 등록되어야 하는데 내년 아산에는 14명의 선수가 남아 당장 내년 시즌을 치르지 못할 상황이다.

구단 측은 전역까지 축구선수로 뛸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입대한 선수들의 전역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정책에 따르지만 '유예기간'을 가져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감독은 “의경을 매년 20% 감축하는 것이라면 스포츠단 역시 20% 감축이 맞다. 매년 20% 감축인데 스포츠단을 갑자기 폐지시킨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고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아산은 지방자치단체와 ‘시민구단’으로의 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단계를 거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아산은 유예기간이 필요하다.

경찰청 입장은 완고하지만, 아산 역시 선수를 위한 대안을 완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서포터즈 '아르마다'도 국민청원과 서명운동, 1인 시위 등 축구단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포터즈의 정재원 현장팀장은 "우리가 끝까지 지켜 줄테니 선수들은 지금처럼 축구만 열심히 해주면 된다"며 "시민들은 축구장으로 와서 선수들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요청했다.

아산무궁화 프로축구단은 '축구단 존속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아산무궁화 프로축구단은 '축구단 존속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선수들 앞에서 내색하지 않았지만 박 감독은 무엇보다 선수들 걱정이 앞선다. 박 감독은 “전역 전까지 선수들을 보호를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경찰대학은 어떠한 대안도 없다. 선수 생활이 주춤거리는 순간에 빨리 해결책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가 명확하지 않은 불안한 상황인데도 최선을 다해 훈련하는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선수들 역시 감독의 마음을 아는 듯 더욱 활기차게 훈련에 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세종 선수는 “바깥 상황에 대해 신경 쓰이고 불안한 부분도 있지만 우리는 축구선수니까 축구장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들 우승해서 좋은 모습 보여주려고 축구에만 전념하고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박동혁 감독의 모자 안쪽에 쓰인 문구. "서로 신뢰, 믿음, 존중"
박동혁 감독의 모자 안쪽에 쓰인 문구. "서로 신뢰, 믿음, 존중"

훈련 도중 박 감독이 벗어 손에 든 모자의 안쪽에 쓰인 문구가 눈에 띄었다.

“서로 신뢰, 믿음, 존중.”

아산의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딛을 때 박 감독이 손수 적은 것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 존중을 바탕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박 감독의 지도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보여준다.

“우리가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방법이 나올 것이다. 서로 믿고 책임감을 가져 ‘리그 우승’이라는 첫 약속을 지켜내자. 모두에게 더 크게 알릴 수 있도록 끝까지 더 힘을 내자.”

[여세린 기자 selinyo@insfa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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