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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여세린
  • 사회
  • 입력 2018.10.11 23:53
  • 수정 2018.10.12 09:46

'카카오 카풀' 갈등…‘생존권 위협’과 ‘승차난 해소’ 사이

성남 판교 카카오 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카카오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한 택시 기사들.
성남 판교 카카오 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카카오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한 택시 기사들.

“서민택시 파탄주범! 카카오를 몰아내자!”

“카풀 빙자 자가용 불법영업! 즉각 중단하라!”

머리에 ‘카카오택시 몰아내자’는 붉은색 두건을 두른 택시기사 300여 명이 주먹을 불끈 쥐고 “투쟁”을 외쳤다. 이들은 카카오가 출시하겠다고 밝힌 ‘카풀’ 서비스가 택시기사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으로 구성된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에 이어 11일에도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시행을 반대하는 ‘카카오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카카오가 준비 중인 카풀 서비스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출퇴근 시간대에 목적지가 같은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시켜 주는 서비스다. 이용금액은 기존 택시비의 70% 정도로 저렴하다.

카카오는 당초 연내 출시를 예고했지만 택시업계의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다.

택시업계는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 출시를 강행하면 카카오택시 호출 앱 사용을 중단하겠다”며 강경 투쟁을 연이어 예고했다.

카풀 서비스를 준비 중인 카카오를 상대로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는 택시 업계.
카풀 서비스를 준비 중인 카카오를 상대로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는 택시 업계.

비대위는 무엇보다 택시업계의 생존권 보호를 주장했다.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이선주씨는 “정부에서 말하는 주52시간 기준으로 겨우 월 150만 원 정도 번다. 카풀이 들어오면 택시는 더 힘들어진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돈 벌기 힘들어 법인택시 절반이 차고에 있는 상황인데 카풀까지 시작되면 택시업계는 완전히 무너진다”며 “죽느냐 사느냐 문제인데, 택시가 설 곳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자가용을 이용한 카풀 서비스는 명백한 ‘불법 자가용 유상운송행위’라고 지적했다.

택시기사 박석우씨는 “정부에서는 4차 산업이라고 하지만 자가용이 요금을 받고 운행하는 건 무조건 불법”이라며 “택시 유사영업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카풀 운전자의 신원 문제도 지적됐다.

택시기사 황대일씨는 “택시 면허는 조건에 따라 발급되는 시스템인데,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카풀 자가용 운전자가 조직폭력배인지 지명수배자인지 알 수 있겠는가”라며 “카풀 도입은 승객 안전을 위협하고 범죄를 양성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자가용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알선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대’에는 돈을 받고 카풀을 할 수 있도록 한 예외 조항이 있다.

이에 비대위는 해당 조항을 삭제하고 카풀을 아예 금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가 준비 중인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는 택시 업계.
카카오가 준비 중인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는 택시 업계.

하지만 카카오 측은 “택시 공급이 부족한 출퇴근 시간대에만 운영할 예정이기 때문에 택시업계의 생존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카카오가 카카오T 택시 호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20일 오전 8~9시 1시간 동안 약 23만 건의 호출이 접수됐는데 배차 가능한 택시는 2만6천 대에 불과했다. 이러한 출퇴근 시간대 택시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보완책이 카풀 서비스라는 게 카카오의 주장이다.

여론은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도입에 대체로 우호적이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직장인 5천68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인 56%가 카풀의 24시간 허용에 찬성했다. 출퇴근 시간대의 한정적 허용을 찬성한 직장인은 34%인 반면, 카풀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8%에 불과했다.

집회 현장에 있던 직장인 김영석씨는 “택시 콜이 안 잡혀서 한참을 기다린 경우가 많은데 소비자 입장에서 카풀은 편리한 서비스다. 게다가 저렴하다”며 카풀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카카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난처한 상황이다. 양측을 중재해왔던 국토부는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데다 여론도 민감해 정부 차원의 명확한 입장을 내놓기 쉽지 않아 보인다.

국토부는 관계자는 “이런저런 상황을 감안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한편, 전국 각지의 3만 명 이상의 택시 기사들은 오는 18일 광화문 광장에 모여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총력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여세린 기자 selinyo@insfa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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