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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여세린
  • 사회
  • 입력 2018.09.10 16:56
  • 수정 2019.09.27 11:25

3년만에 메르스 확진…의혹 속 다시켜진 ‘메르스 경고등’

입국 전 부인에게 “마스크 쓰고 마중”…감염 인지 가능성 커
설사 멎었다 검역소 신고 후 아내 차 아닌 택시로 병원 이동
검역 당국의 안일한 대처‧면피성 발언 비판…메르스 ‘경고등’

3년 만에 국내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공항 검역관은 의심 환자를 조치 없이 입국시킨 데다가 확진자는 감염가능성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쿠웨이트로 출장을 갔다가 두바이를 경유해 지난 7일 입국한 A(61)씨가 9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을 받았다.

입국 당일 오후 4시 51분 비행기에서 내린 A씨는 휠체어로 이동해 공항 검역소에서 열흘 동안 설사를 했다고 밝혔다. 중동지역 여행객은 질병 의심 증상 등을 확인한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검역관은 14일 이내에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신고하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주고 A씨를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설사만으로 메르스 의심 환자로 보기 어려워 검역소를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A씨는 입국 후 곧바로 택시를 타고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고 중동에 다녀와 복통과 설사 증상이 있다고 알렸다. 병원 측은 A씨를 메르스 의심 환자로 보고 보건당국에 신고했고 다음 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감염 가능성 알았나…의문점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입국 전부터 감염 가능성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지만 검역당국에 알리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나왔다.

우선 A씨는 입국 전에 아내에게 마스크를 착용한 후 마중 나오라고 당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항 검역관에게는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없다고 했는데 아내에게는 마스크를 쓰고 오라고 한 것이다.

검역관에게는 설사 증상이 멎었고 그 외의 별다른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지만, 곧바로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한 부분도 의문이다.

게다가 마중 나온 아내의 차가 아닌 리무진형 택시를 타고 아내와 따로 병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향한 곳이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은 삼성서울병원인데다 지인 의사를 지목해 입국 전부터 상담을 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애초에 감염 여부를 신경 쓰고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역학조사관에 따르면 A씨는 당초 귀국하려던 지난 4일 몸이 좋지 않아 일정을 연기하고 현지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았다. 귀국 당일에도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공항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입국 당시 A씨의 체온은 36.3도로 측정됐다. A씨에게 발열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수액에 해열제가 들어 있었을 가능성이 나온다.

이와 함께 공항 검역관과 출입국 심사관을 향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해외 유입 감염병을 막는 첫 관문인 공항 방역망의 이 같은 안일한 대처는 직무유기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비행기에 내려 휠체어를 요구해 이동할 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검역관은 체온을 측정하고 문진만 한 뒤 검역소를 통과시켰다.

이에 대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기자회견 발언도 비난받고 있다. ‘A씨가 설사 이외의 증상을 알리지 않았고 지금은 괜찮다고 한데다 발열 증상도 없었기 때문에 보냈다’는 면피성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메르스 조기 차단 기회를 놓친 건 아닌지, 불과 3년 전 2015년 메르스 참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며 다시 메르스 ‘경고등’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세린 기자 selinyo@insfa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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