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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여세린
  • 산업/경제
  • 입력 2018.08.29 17:40
  • 수정 2019.09.27 11:39

한미훈련 재개카드 꺼낸 美 '경고'…靑 “협의 후 결정”

매티스 “한미군사훈련 추가 중단 계획없어…협상 지켜볼 것”
폼페이오 방북취소 이어 강한 대북메시지
靑 “한미간 논의한 적 없어…긴밀히 협의하겠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6‧12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물로 ‘유예’된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현재로서는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며 재개카드를 꺼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전격 취소한데 이어, 중단됐던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재개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은 미국 정부의 강력한 대북 압박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ABC뉴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매티스 국방장관은 28일(현지시간)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알다시피 우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따른 선의의 조치로서 가장 큰 규모의 훈련 몇몇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면서 “현재로서는 추가로 훈련을 중단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We have no plan at this time to suspend any more exercises)”고 밝혔다.

이어 “(북한과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지켜보겠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미래를 계산해 보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북 전면전을 가정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합훈련과 국지도발에 대비한 해병대연합훈련(KMEP)은 이미 중단됐다. 이 외의 훈련들의 경우 기존 계획에 변동은 없지만, 내년 UFG 실시 여부 등 구체적인 재개 상황은 비핵화 협상에 연동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미 군사훈련의 재개를 ‘도발적 조치’로 봐야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식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 자체가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외교가 진전될 수 있도록 하자. 우리는 외교관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이 꺼내 든 한미연합 군사훈련 재개 카드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로 북미 비핵화 협상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북한을 겨냥한 강력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선의의 조치’를 취했는데도 북한이 제재완화 요구 등으로 맞서며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초강경 대응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WT)는 “북미간 외교적 해빙이 곤란에 처한 듯한 상황에서 나온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지난주 고조된 북미 간 긴장을 더 높여주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그의 언급이 북한의 핵 야욕을 억제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에 대한 일치된 전환을 시사하는 건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더딘 비핵화 협상 속도에 대한 좌절감과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비밀 편지’ 내용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이 편지는 “비핵화 협상이 다시 위기에 처해있으며 무산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靑 “한미간 논의한 적 없어…협의 후 결정”

청와대는 29일 매티스 국방장관의 발언에 대해 “현재로선 한미 간에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전 상황을 봐가면서 한미 간에 긴밀히 협의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한미 간 조율되지 않은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한미 간 공조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러한 청와대의 입장 표명에 대해 당분간 한미 공조에 무게를 둘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 제재 강화와 이를 위한 미국과의 공조체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미국의 신뢰를 잃어 ‘코리아 패싱’을 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북한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보내는 미국의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추진에 대한 미국 내 불만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외신에서 한국 측의 대북정책에 불만을 표시하는 미국 관리들의 언급이 보도되고 있다.

김 대변인은 “북미 사이에 교착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난관을 극복하는 데 남북 정상회담의 역할이 훨씬 더 커졌다”며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이 센토사 합의에서 나왔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계 정착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실현하려는 의지는 흔들림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점에서 볼 때, 두 정상도 문재인 대통령에 거는 기대가 더 높아지면 높아졌지 다른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의 대북 압박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세린 기자 selinyo@insfa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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