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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연합뉴스
  • 사회
  • 입력 2018.07.10 17:44

교사는 문제 유출, 학생은 교무실 침입 …내신관리 구멍(종합)

중학교 교사가 '수준별 수업'서 문제 미리 알려 줘

자사고 학생들은 교무실 몰래 들어가 시험문제 빼내

(서울=연합뉴스) 탐사보도팀 오예진 김예나 기자 = 서울 강북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강남구의 공립중학교에서 기말고사 시험문제가 유출되는 등 일선 중고교의 내신 관리에 잇따라 구멍이 뚫렸다.

자사고에서는 학생들이 새벽에 교무실에 침입해 문제를 빼냈으며, 중학교에서는 수준별 수업을 맡은 교사가 학급 학생들에게 시험 문항을 유출했다.

◇ 일부 학생들에 문제 알려 준 교사

10일 서울시교육청과 강남구 A중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의 한 교사가 4일 치러진 3학년 기말고사를 앞두고 일부 학급 학생들에게 수학 시험문제를 미리 알려 줬다.

이 교사는 '상·중·하(上·中·下)' 수준별 수업반 중 '하'반 수업을 맡고 있었으며, 학생 약 10명에게 일부 문항을 미리 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유출된 문항은 6문제 안팎으로 알려졌다.

학교 관계자는 유출 경위에 대해 "아이들 성적이 떨어지는 '하'반이다. 아이들이 너무 무기력하니까 선생님 마음속에 안타까운 게 있었던 듯하다"며 "시험문제가 출제된 상태에서 수업시간에 시험문제를 풀이하다가 (발생한 일)"이라고 전했다.

학교 측은 오는 17일 3학년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재시험을 치를 예정이며, 이런 내용을 9일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들에 통보한 상태다.

학교 관계자는 "해당 교사가 안타까운 마음을 가진 정황은 이해되지만 지나친 측면이 있었다"며 "공정성에 문제가 있어서 엄정한 처리 차원에서 재시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제 유출 당시 정확히 몇 명의 학생이 수업에 참여했는지, 유출된 문제의 문항 수와 배점 등 세부적 사항은 완전히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관할 교육청 관계자는 "'하'반 학생들이 워낙 학습 의욕도 떨어지고 시험 대비해서 공부도 안 하고 이런 부분이 있으니까 '이것이 시험문제에 나오니까 이거라도 좀 해라' 하면서 독려 차원에서 하셨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문제가 유출된 건 분명하다. 다만 유출된 문제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어 몇 문제가 유출됐느냐 등 보다는 재시험을 보기로 한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문제를 유출한 해당 교사에 대해 "학교의 조사 결과에 따라 추후 적절한 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해당 교사는 병가를 낸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제보자는 "해당 선생님은 건강에 문제가 있으시고 사실상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수년째, 수차례 해당선생님의 수업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학교에 이야기했지만 학교는 모두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A 중학교 측은 이에 대해 "해당 교사가 몸이 좋지 않아 병가를 낸 상태"라면서 "(학부모 등의) 이의 제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 학생들이 교무실 창문으로 침입해 문제 빼내

서울의 한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에서는 학생들이 교무실에 몰래 들어가 기말고사 시험지를 촬영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교육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 학부모, 학원가 관계자 등에 따르면 B고교 2학년 학생 2명이 지난 3일 새벽 교무실에 몰래 들어가 문학 과목 시험지 등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학생들은 교무실 한쪽 창문의 잠금장치가 부실한 것을 보고 창문을 통해 침입한 뒤 담당 교사의 책상 서랍에 보관돼 있던 시험지와 서술형 문제 답안지 등을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침입한 교무실은 본 교무실과 별도로 마련돼 있어 일부 교사만 사용하는 장소였다. 이 때문에 본 교무실에 보관돼 있던 다른 과목들의 시험지는 유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학교 측은 보고 있다.

일단 학교 측은 학생들을 상대로 시험지 유출 여부를 확인한 뒤 2학년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10일 오전에 해당 과목의 재시험을 치렀다.

학교 관계자는 "불법 유출에 대한 내용이 확인돼 학부모들께 공지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관련 내용을 서울시교육청에도 보고해 처리 중"이라고 해명했다.

학교 측은 재시험 이후 선도위원회를 열어 해당 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지를 개별적으로 보관한 책임을 물어 해당 교사에 대한 교원인사위원회도 열릴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도 이번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주 안에 '특별장학'을 나갈 예정"이라며 "현장을 보고 학생 및 학교 관계자들을 면담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잇따르는 시험지 유출 사고

이에 앞서 지난 5월 부산 C 중학교에서도 2학년 중간고사 영어시험 문제를 교사가 유출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이 학교 2학년 '하'반 학생 32명이 듣는 영어 수업에서 담당 교사가 학생들에게 2개 문제를 여러 차례 강조해 가르치는 방식으로 미리 알려줬다가 적발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공정성에 문제가 있어 교육장 명의로 해당 교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의 한 외국어고 교사가 학원 원장과 공모해 시험 문제를 유출한 사실이 경찰 수사로 드러나기도 했다.

잇따르는 내신 시험 유출 사건에 대해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학생 수준에 관계없이 내신은 대학 입시에서 결정적 요인인데 이렇게 중요한 시험 통제가 학교 재량에 맡겨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러다 보니 반칙과 불공정이 나타날 수 밖에 없고 교사는 교사 나름의 유혹이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새 입시안에 이런 부분이 반영되지 않으면 입시 정책에 대한 혼란과 불신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원래 수준별 수업의 취지는 시험 문제도 수준별로 내야 맞는 것이지만 내신은 상대평가여서 (수준별 시험이 불가능한) 딜레마가 있다"며 "교사들의 수준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출제에 있어 담당 교사들 간의 적극적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oh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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