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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여세린
  • 사회
  • 입력 2018.07.05 16:28
  • 수정 2019.09.27 14:20

국회 특활비 ‘제2의 월급’‧‘쌈짓돈’…나눠먹기 관행

교섭단체장 대표 매달 6천만원, 상임위원장 600만원씩 ‘월급’처럼 지급
국회의장 해외순방에도…박희태 3억2천, 강창희 2억8천
여야 “특활비 제도 개선 투명하게”…폐지에는 찬반

[인스팩션 여세린 기자] 국회 특수활동비가 국회의원들의 ‘제2의 월급’처럼 지급돼 온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3년 동안의 지출 결의서 1천296건을 분석한 결과인 ‘2011~2013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 특수활동비로 지급된 금액은 3년 동안 약 240억 원에 달하는데 수령인과 명목, 액수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교섭단체대표,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 등은 활동비 명목으로 월급처럼 매월 특수활동비를 받아왔다. 국회 특수활동비가 일명 ‘국회의원 쌈짓돈’으로 불리는 이유다.

특히 교섭단체 대표는 ‘특수 활동’을 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매달 6천만 원씩 받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교섭단체에는 정책지원비, 단체활동비, 회기별 단체활동비 등 3개 항목으로 매달 특수활동비가 지급됐다. 참여연대는 의원들끼리 ‘특수활동비 나눠먹기’를 위한 지급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유사한 항목을 만들어 예산 낭비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임위원장과 특별위원장도 활동과 무관하게 매월 600만 원씩 받았다.

상임위원회 중 법제사법위원회는 매달 1천만 원씩 추가로 받아, 간사와 위원들, 수석 전문위원이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는 “법사위에만 활동비를 추가로 지급할 이유가 없다”며 “활동에 예산이 필요하다면 정책개발비나 특정업무경비 등에서 쓰고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비판했다.

예산‧결산 시기에만 열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연 4~6차례만 열리는 윤리특별위원회 등 상성특별위원회도 위원장 이름으로 매달 600만 원씩 타간 것이 확인됐다.

3년 동안 가장 많은 특수활동비가 지급된 곳은 ‘농협은행’이었다.

2011년 18억, 2012년 20억, 2013년 21억 원 등 60억 원에 달하는 돈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특수활동비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규모지만, 입금된 돈을 누가 인출해 갔는지, 어떤 목적으로 지출됐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참여연대는 “영수증을 통한 증빙은 없고 1차 수령인 증빙만 있어 돈이 통장에 들어간 이후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다”며 “의원들이 나눠 썼다는 추정만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회의장은 외국에 나갈 때마다 수천만 원 상당의 특수활동비를 지급 받아왔다.

박희태 전 의장은 5차례에 걸쳐 28만9천 달러를, 강창희 전 의장은 6차례에 걸쳐 25만8천 달러를 사용한 것이 확인됐다. 해외순방마다 5만~6만 달러를 지급한 것에 대해 참여연대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이번 특수활동비 공개로 그 동안 취지에 맞지 않는 항목을 만들어 '제2의 월급'처럼 지급받아온 관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역 의원들에게 특수활동비를 자진해서 받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유성진 의정감시센터 부소장은 “국회의원들은 급여, 정당보조금, 업무추진비도 받고 있는데 명목에 맞지도 않는 특활비를 받고 있다”며 “현역 의원들은 지금 당장 특활비를 받지 않겠다고 자진해서 선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국회에서의 활동은 국민에게 공개되고 평가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특수활동비를 쓸 정당한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여야 “특활비 제도개선 착수”…폐지에는 찬반 나뉘어

국회 특수활동비의 ‘쌈짓돈’ 논란이 거세지자 여야는 투명성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9월 정기국회에서 특수활동비 이슈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활비가 전혀 필요 없다고 할 수는 없고 국회 운영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가능하면 다 공개하는 것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특활비 제도에 대해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투명하게 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가능하면 정기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특활비 운영 과정에서 나온 문제점, 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충분히 고려해 국회에서 같이 제도개선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폐지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반면 국회 특수활동비를 폐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정의당은 다른 정당도 국회법 개정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대법원의 특활비 공개 결정은 특활비 존재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그것을 폐지하라는 것”이라며 “내년 예산 편성 때 국회 특활비를 제외해야 하고, 올해 예산에서 남은 특활비는 각 정당이 매달 사용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2014년부터 2018년 4월까지의 특수활동비 지출내역도 공개할 것을 청구했지만 국회는 공개를 거부한 상태다.

[여세린 기자  selinyo@insfa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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