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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임경호
  • 사회
  • 입력 2018.06.15 17:12
  • 수정 2019.09.27 17:07

‘징계’ 있고 ‘고발’ 없다…김명수 “수사 시 협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자체 징계 일단락
"헌법적 가치 침해"…징계 수준 '가볍다' 지적도
금요일 오후 시간·서면 발표 등 사건 확산 방지 '의혹'

[인스팩션 임경호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일어났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에 대해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고발이나 수사의뢰 등을 통한 직접적인 형사조치는 취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법원장은 15일 이 같은 내용의 대국민 담화문을 법원 내부 통신망에 게시하고 언론에 공개했다.

김 대법원장은 ‘조사결과에 대한 후속조치에 관하여 국민 여러분께 올리는 말씀’이라는 글에서 “사법행정권자의 뜻과 다른 소신을 드러냈다는 것만으로 법관들이 다른 법관들에 의해 뒷조사의 대상이 된 것은 법관독립이라는 중대한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사안의 중대성을 언급했다.

이어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사법부의 존재 이유인 공정한 재판을 사법행정권자의 정책 실현을 위한 거래의 수단으로 써보려고 시도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며 “재판은 실체적으로 공정해야 할 뿐 아니라 공정해 보여야 한다는 것이 사법부가 강조해 온 오랜 덕목이고, 재판이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외관을 꾸며내는 행위만으로도 사법부의 존립 근거인 국민의 재판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고등법원 부장판사 4명을 포함한 법관 13명을 징계절차에 회부했다”고 말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 방안을 고민한 끝에 나온 수라는 게 김 대법원장의 설명이다.

징계 절차에 회부된 13명 중 일부는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재판업무 등에서도 배제된다.

또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에 대한 자신의 신뢰와 무관하게 수사 진행 시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재판거래’는 대한민국 법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다는 저의 개인적 믿음과는 무관하게 재판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으려 하였다는 부분에 대한 의혹 해소도 필요하다”며 “수사가 진행될 경우 미공개 문건을 포함하여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할 것이며, 사법행정의 영역에서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법부 내 젊은 판사들을 중심으로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 필요성이 제기됐던 것과 달리 사법부 차원의 고발이나 수사 의뢰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대법원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수사에 대하여 사법부라고 하여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고, 법원 조직이나 구성원에 대한 수사라고 하여 이를 거부하거나 회피할 수 없음도 자명하다”면서도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섣불리 고발이나 수사 의뢰와 같은 조치를 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조치 탓에 사법부 수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문제를 ‘징계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법적 문제는 없는 가벼운 사항’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담화문 발표 방식과 시기에 따른 ‘축소’ 의혹도 함께 제기된다.

사법부의 신뢰 근간을 뒤흔든 사건에 별다른 언론 질의도 없이 입장문 발표로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또 이마저 지속적인 보도에 제약을 받는 금요일 오후 시간대를 선택해 사안의 확산을 막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인다.

김 대법원장은 담화문에서 “외관을 꾸며내는 행위만으로도 사법부의 존립 근거인 국민의 재판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의심을 사는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담화문이 의심을 사게 됐다.

한편 법원 내부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우회적 수사 의뢰’에 나섰다는 입장과 ‘직접 고발’을 피한 것이 수사권을 가진 검찰에 부담을 주는 행위라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임경호 기자 limkh@insfa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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